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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안의 생활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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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안의 생활체험

생명의 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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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효원    프란치스코 작성일14-06-11 15:31 조회2,6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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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은인

 

  마흔 살 가을에 아내가 성당에 가자고 했습니다.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불교신자였거든요. 다음날도 가자더니 일주일 뒤에는 성당에 가든지 헤어지든지 택하라고 했습니다. 결국 함께 교리반에 들어갔습니다. 어색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때 고등학교 선생이었는데 퇴근 후에는 늦은 밤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습니다. 부부 관계에도 자연 문제가 더해지면서 아내에게 우울증이 왔습니다. 어느 새벽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태였는데 남편은 곁에 없고 부처님은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맨발로 가까운 성당에 달려가서 하느님께 매달렸습니다.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시면 당신을 믿고 따르겠습니다.” 잠시 후 굳센 팔이 감싸 안으면서 마음은 알 수 없는 평화로 가득 찼습니다. 아내는 요즘도 그때 하느님께서 자신을 살려주셨다고 말합니다. 아내는 생명의 은인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지요.

  세례 후 아내는 안정을 찾고 성당 생활에 잘 적응했으나 나는 아니었습니다. 미사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가서는 졸기 일쑤였습니다.  예수님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으나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든요. 반년쯤 지나 쉬어야겠다고 하자 아내도 마지못해 수긍을 했습니다.

  칠년 동안 신자라는 사실도 잊고 지냈습니다. 고스톱 포커에 중독이 되어 날마다 밤을 새우다시피 했습니다. 이혼의 위기도 있었고 건강에도 적신호가 왔습니다. 종종 내 인생이 이렇게 시들어 끝나는구나 라는 자책도 했지만 그 생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고 벗어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1998년에 다시 성당에 나갔습니다. 새해가 되면 냉담을 풀겠다는 약속을 더 미루기 어려웠거든요. 여전히 사람들이 낯설고 앉은 자리가 불편했습니다. 힘들다고 하니 아내가 사순시기부터 시작하는 성령세미나를 수료한 뒤 그만 둬도 좋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성경세미나인 줄 알았습니다. 아무튼 이것으로 다시는 성당에 나올 일은 없을 것 같아 출석을 빠짐없이 했습니다. 날마다 남편을 위해 기도하는 아내에 대한 예의였습니다.

  그런데 2주 3주가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세미나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강의와 나눔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고 영원한 생명을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사실 그것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고 오래 헤매었던지요. 5주째 밤 성령세례를 위한 안수기도를 받는데 어느 순간 흐르기 시작한 눈물이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제 안에 오래 고여 있던 것, 얽매고 있던 무엇이 다 빠져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성령께서 오신 것이지요. 그분은 따뜻한 손길과 다정한 음성으로 오셔서 하느님이 아빠 아버지시며(로마8.15) 예수님이 주님이심을(1코린 12.3) 고백하게 하셨습니다. 문득 내가 누구이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연해졌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셨습니다. 나는 그분의 아들이 되었고 비로소 먼길을 돌아 아버지 집에 돌아왔음을 알았습니다. 사월 하순 훈풍이 감미롭던 밤10시에서 11시 사이였지요.

  다음날 출근길에 운동장에서 잠시 주저앉았습니다. 햇볕과 연두색 나뭇잎이 너무 눈부셔서요. 분명 어제 본 하늘과 자연이 아니었습니다. 혼란이 사라지고 자유로웠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샘솟았는데 세상이 주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이년 쯤 날마다 기뻤습니다.

  그날 저녁식사 후 여느 날처럼 포커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서둘러 현관을 나가다가 멈추었습니다. 내 방에 누군가 와 계시는 것 같았거든요. 손님이 오셨다고 둘러대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보이진 않았지만 누군가 계셨습니다. 책상 앞에 앉자 따뜻한 기운이 감싸더군요. 그분께서는 새벽가지 성경읽기와 기도를 도와주셨습니다. 말씀은 영혼을 적셨고 처음으로 마음을 다해 기도했습니다. 그날 이후 도박판에는 한 번도 가지 못했습니다. 제 안의 주인이 바뀌었으니까요. 그리고 손님도 계속 머무셨거든요.

  어쩌다 나 자신에 대해서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두 개의 삶, 즉 성령세례를 받기 이전의 삶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말합니다. 성령세례는 예수님이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약속하고 명령한 것이며(루카24.48-49) 오순절에 베푸신 하느님의 위업이며(사도2.1) 신앙의 신비입니다. 또 예수님은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지 않으면 아무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요한3.5) 못박으셨습니다. 그러니 셩령의 도움 없이 시작한 신안생활은 무모하고 힘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 이듬해 교직에서 조기 퇴직을 했습니다. 마음을 따라 살고 싶었거든요. 그때부터 십오 년째 안동교구 성령봉사회에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예수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겠지요. 아내에게서처럼 예수님은 내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그분은 주님이고 스승이시며 위로자요 보호자이십니다. 때로는 형님이시고 친구이시며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요한 14.6)

                                                  <신효원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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